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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ing/관객과의 대화

7/30 [워커즈] 릴레이토크 2탄! '생협과 <워커즈>' 후기


우리 손으로 만드는 복지 직거래? 워커즈와 생협을 말하다!


일시: 2014년 7월 30일(수)

참석: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소장)

진행: 박주희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7월 30일 수요일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전문가와 함께 하는 <워커즈> 릴레이토크 2탄 '생협과 <워커즈>'가 진행되었다. 초대손님으로 함께 해주신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의 김형미 소장님은 일본 메이지대학교 경제학박사이며, 한국 생협운동, 협동조합운동의 역사와 철학 등 협동조합과 관련한 연구는 물론 현장에서의 활동 역시 꾸준히 해오신 분으로, 일본과 한국을 넘나드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한다.

 




진행: 일본에서는 생협과 '워커즈 코프'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발전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김형미(이하 김): 영화의 배경이 스미다구인데, 2004년에서 2012년에 바로 스미다 구에서 스미다 강을 건넌 아라카와 구에서 살았다. 영화에 나오는 동네를 자전거를 타면서 돌아보기도 했다. 그 동네에 가면 시간이 1970년대에 멈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영화를 보면서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사실 여기에 나온 워커즈 코프와 일본의 생협 운동이 긴밀한 연계가 있거나 공동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주 강내영 선생님도 이야기했겠지만 '워커즈 코프'는 패전 후 일본에서 실업 극복 차원에서 자조적으로 일어난 운동이었다. 생협과 관계된 부분은 “워커즈 콜렉티브”라 해서 한국에는 '일 공동체'로 소개되었다. 소규모의 노동자협동조합이라 생각하면 된다. 워커즈 콜렉티브의 탄생의 배경에는 일본의 생협이 있었다. 


진행: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본의 생협이 워커즈 콜렉티브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나.


김: 워커즈 콜렉티브란 말은 1970년대 초반에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해서 베트남 반전운동을 했던 청년들로 거슬러간다. 그 당시 반전 시위 전력으로 기업에 취업하기 힘들었었고, 또 일반 기업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서 이들이 모여 살면서 빵집을 하거나 리사이클 샵을 하는 형태로 공동으로 출자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일공동체가 만들어졌다. 1980년대 초반에 일본의 생활클럽 생협에서 미국에 협동조합 연수를 갔다가 이러한 미국의 워커즈 콜렉티브를 보고 일본에 소개했다. 

당시 일본 생활클럽 생협에서는 규모가 커지며 임원은 늘어나는데, 이들이 언젠가는 생협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내부적인 고민이 있었다. 또 일본 생협의 주된 사업이 식료품 사업인데, 사업이 커지면서 동원인력, 자금 등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래서 조합원의 생활의 욕구에 맞는 작은 사업체를 일으키기 어려웠는데, 워커즈 콜렉티브가 이러한 생활클럽의 문제의식을 해결하는데 영감을 주었다. 조합원들이 직접 소규모로 사업을 일으키고, 여기에 생활클럽 생협이 공감하면서 생협에서 원래 하던 배달 등을 업무 위탁으로 이들 워커즈 콜렉티브에 맡기게 되었다. 또 반찬가게 워커즈 콜렉티브가 만들어지면 생협에서 하는 체육대회 등에 도시락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워커즈 콜렉티브와 생협의 연계사업이 늘어난 것이다. 지금은 만 7천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워커즈 콜렉티브에서 일하고 있다. 워커즈 코프에는 만 명 정도 일하고 있다고 한다. 3만명 가까운 고용이 이 둘로 만들어진 셈이다.


... (중략)...



진행: 그럼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워커즈 콜렉티브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좀 더 소개 부탁드린다. 


김: 영화에서 아동관이라고 해서 육아와 관련한 시설을 위탁하는 곳이 나왔는데, 육아관련한 기관 200곳을 비롯한 전국 321곳의 공공시설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유휴지를 경작해서 유채나 폐식용유로 BDF(바이오디젤 연료)를 제조하고, 그 것으로 차량을 운행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병원 등의 청소사업, 병원 매점 운영, 병원 식당 운영 등 큰 병원 등에서 건물의 종합관리를 위탁운영하기도 했다. 여기서도 워커즈의 가치가 나오는데, 다른 곳과 달리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제균제를 개발해서 사용하는 실천을 했다. 또 청소관리에 있어서 '워커즈 품질'이라고 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좋은 서비스를 표준화해서 전국적으로 전개하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food, energy, care 즉 식량, 에너지, 돌봄에 있어서도 스스로 자급권을 실현하자는 구상을 하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스미다구의 경우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청년 들이 많이 떠나 투자가 많이 안 되는 지역인데 저들이 저렇게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90세가 넘은 할머니와 장애가 있는 딸이 어떻게 생활했을까 싶더라.  워커즈가 들어가면서 안심하면서 살 수 있고 정이 넘치는 지역이 된 것이다. 


진행: 복지분야에 워커즈가 결합하는 부분을 언급해주셨는데, 주민과 협동하고, 직원들간에 협동하는 부분에 있어서 워커즈 직원들의 보상은 어떠한가? 사회적 가치 증진으로서 얻는 심리적 보상 등에 있어서는 영화에서 잘 표현되었지만, 구체적으로 급여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김: 사실 전반적으로 급여수준은 절대로 높지는 않다. 최저임금은 지키고 있지만 워커즈가 많이 하는 업종이 청소, 건물관리, 아동돌봄 위탁 등인데 이런 업종 자체의 평균임금이 굉장히 낮아서 워커즈의 임금도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또 워커즈 콜렉티브의 경우에는 급여라고 표현하지 않고 분배금이란 표현을 쓴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과가 높지 않아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인건비를 거의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대신 일하는 시간도 주당 20시간 이하이다. 1년 소득으로 봤을 때 가나가와현에서 190명 조사했을 때 1년에 60% 정도가 40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400만원 정도 되었다고 한다. 87%가 연 103만엔 미만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연간 소득이 103만엔 미만이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진행: 민간서비스업체, 국가와 비교했을 때는 급여 수준이 어떠한가.

김: 지금 현재 개호 서비스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지는 않고있다. 국가는 제도를 만들어내고, 그 제도에 많은 영리사업자가 들어가 자신의 사업을 한다. 또 비영리 단체가 하기도 하고 시민단체 형태로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 영리인 경우 편차가 커, 수준이 높은 사업체의 경우에는 급여가 높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낮은 편이다. 워커즈 코프는 중간 수준이라 보이고, 워커즈 콜렉티브는 좀 더 상황이 복잡하다. 

예를 들어 가나가와현의 경우 복지클럽이 있어서, 자기 조합원 개호 사업을 워커즈 콜렉티브가 하는데, 커뮤니티 가격이라고 해서 일반 가격의 60% 정도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낮은 편일 수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언젠가는 내가 다시 받을 것이니, 나도 좀 더 이용하기 쉬운 가격이 옪지 않겠는가란 생각에서 출발한다. 즉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를 중시하면서 노동하는 이가 자신이 제공하는 노동의 가격을 직접적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셈이다. 


진행: 얘기를 들으니 복지 분야에서의 직거래란 느낌도 든다. 생협에서 농산물 직거래를 하면서 가격을 낮춘 것처럼, 복지분야에서 물론 국가 시스템이 결합되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줄이고, 낮은 가격으로 이용하며 급여를 받는 형태가 그려진다. 




관객: 워커즈 콜렉티브는 생협을 기반으로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모두 조합원이어야 가능한 구조인가.


김: 워커즈 콜렉티브가 생협을 모태로 해서 만들어졌지만, 생협 자체는 아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노동자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그 사업의 주인이 되어서 일을 한다. 그리고 이용하는 사람은 조합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제가 경험한 워커즈 콜렉티브의 경우 출판 분야 일을 하는데, 일본협동조합 학회 편집 업무를 위탁받아서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출판 분야 일을 이용하는 곳은 정말 다양한 법인일 수 있다.


진행: 일본에서의 워커즈 코프, 워커즈 콜렉티브 그리고 생협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생협에서 일본의 워커즈와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을 인큐베이팅 하거나, 협력적인 관계를 맺어온 사례가 있나.

 

김: 지금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며 노동자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안기업이라고 불렀다. 대안기업으로 있었던 많은 사업체 중에서는 생협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곳은 사실 거의 없었다. 

하지만 노동자협동조합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 생협이 모태가 되거나, 생협이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서 생겨나는 노동자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한살림, 행복중심에서는 조합원이 나와서 일공동체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아이쿱의 경우 엑투스 노동자협동조합과 같이 연계해서 렛츠쿱 보드게임을 같이 개발했다. 또 번역협동조합과 함께 협동조합과 관련된 영화의 번역을 같이 하기도 했다. 이렇게 노동자 협동조합을 비롯한 다양한 협동조합들과 협업을 하면서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해나가며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만들어나가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진행: 그렇다면 이러한 일본의 노협의 역사와 현황이 한국의 생협운동이나 한국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뭐가 있을까.

 

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 일본에서 15년 살면서 일본의 생협에서 일도 해보고 관련되어서 연구도 하면서 일본은 정말 협동조합의 나라라고 생각했다. 1억 2천 인구에서 협동조합 조합원 수 총계를 내니 9,800만명 정도가 조합원으로 나왔다. 중복되어 있다 하더라도 대단한 수치다. 또 1/3 정도가 생협 조합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있고, 이런 모순을 바꾸는 사회적인 운동의 힘은 약해져 있다. 하지만 또 일본 생협과 노협이 잘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밀착해서 차분하고 장기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끈질기게, 차근차근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또 이런 부분에 있어 굉장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노하우가 정형화되어 있어서 누구나 이것을 따라하려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파하는데 있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그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자체를 역동적인 힘을 가지고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전선을 만들어서 추진하는 것은 약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양 측면이 있기에 단순히 일본의 이러한 부분을 참고해서 잘하자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참고할 부분은 참고 해야겠지만 한국적인 상황에서 한국에 맞는 실천을 만들어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후략)




1시간을 꼬박 채워 이어진 대화 시간에는 이 밖에도 더 깊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진지하게 이어졌습니다. 사정상 다 옮기지 못하는 아쉬움과 함께, 곧 더 정리된 형태의 자료로 공유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한 편의 영화를 두고 다양한 이슈와 접목시키며 풍부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가는 특별한 시간은 다음 주 수요일에도 변함없이 계속됩니다. <워커즈> 티켓을 지참하시면 이어지는 프로그램에도 무료로 참석하실 수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음주 예고 나갑니다 :)



8월 06일(수) 20:00 마을만들기와 <워커즈> with 유창복(서울시마을공체종합지원센터장)

8월 13일(수) 20:00 자활과 <워커즈> with 김현숙 ((사)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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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워커즈>는? http://workers-docu.tistory.com/



* <워커즈>를 보려면? 

- 극장에서 볼래요!  http://workers-docu.tistory.com/10 

- 공동체상영으로 볼래요!  http://workers-docu.tistory.com/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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