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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인터뷰

[한국일보] 노협 성장 다큐 영화 23일 개봉

노협 성장 다큐 영화 23일 개봉

유아 보육ㆍ교육ㆍ노인 복지 등 사업, 공공 서비스 이끌며 일자리도 창출

"서비스 이용자를 동료로 생각하는 연대의식 있어야 안정적 경영 가능"



도쿄 스미다구의 워커즈 코프 조합원들이 난생 처음 맡은 전통 행사를 치러내기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영화 ‘워커즈’는 23일 서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단독 개봉한 뒤 전국 곳곳에서 공동체 상영 위주로 장기 상영할 예정이다. 인디스토리 제공

노동자가 스스로 출자해 경영에 참여하고 임금도 직접 정하는 회사가 있다.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일반적 기업과 달리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회사, 이윤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신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 회사, 정확히 말하면 회사가 아니라 노동자협동조합이다.



23일 개봉하는 ‘워커즈’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협동조합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1986년 발족한 일본 노동자협동조합(워커즈 코프ㆍWorker’s Cooperative) 연합회 센터 사업단이 제작한 이 영화는 노동자이자 경영자인 조합원들이 유아 보육ㆍ교육, 노인 복지 등의 사업으로 지역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모습을 전한다. 노동자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합원들, 마을 주민들과 협동해 새로운 복지 사회를 만들어가는 풍경은 전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노협 연합회 센터 후지타 토오루(54) 이사장


‘워커즈’를 제작한 일본 노협 연합회 센터 사업단의 후지타 토오루(54) 이사장이 ‘2014 서울시 사회적경제 한마당’에 참석하기 위해 4일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이날 행사장에서 국내 처음 공개됐다. 영화 상영 직후 만난 후지타 이사장은 “2012년 국제협동조합의 해를 기념하는 동시에 일본 노협 30년 활동을 기록하고자 영화를 만들었다”며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이 늘어나고 지역 공동체가 약화하는 문제에 노협이 어떤 활동을 하면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약 30개의 노협이 있다. 조합원은 1만2,000여명으로 그 중 7,000명이 센터 사업단에서 일한다. 노협은 공공시설의 청소와 관리, 생활협동조합 등의 물류 창고 작업 같은 사업에서 시작해 현재는 보육소ㆍ아동관 등의 육아 관련 시설, 장애인ㆍ고령자 복지 시설 등을 정부에서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공공서비스를 정부가 주도하거나 민간시장에 내팽개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담당해 지역 내 유대감을 살리며 이끌어가는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지난 한국에서도 협동하는 민주적 경제,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높다. 전국적으로 4,80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으며 4월 19일에는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가 창립됐다. 한국과 달리 제도적 장치가 없는 일본의 노협은 30여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재에 이르렀다. 후지타 이사장은 “우리는 제도로 보호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우리만의 독자적인 원칙과 이념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동노동의 3원칙을 강조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동, 조합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협동, 지역과의 협동이 그것이다. 걸음마 단계인 한국 노협은 첫 번째 원칙에 집중하고 있고 일본도 초기엔 첫 번째 원칙에 집중하느라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후지타 이사장은 “조합원들이 모여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이견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가치가 발휘된다”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고객이 아니라 동료로 생각하는 공동체 연대 의식이 있어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일본 노협은 음식ㆍ에너지ㆍ케어(FEC) 자급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도전하고 있다. 나리타 공항 부근에서 유채를 재배해 식용류를 생산하고 그 지역에서 버려지는 폐식용류로 바이오 디젤 연료를 만들어 공항 버스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후지타 이사장은 협동하는 사회적 경제가 중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은 경제성장만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하지만 버블경제가 붕괴하고 후쿠시마 사고 등을 겪으면서 생활과 노동의 질이 떨어졌어요. 인간관계의 질도 떨어졌죠. 그러자 묻게 됐죠. 무엇이 풍요로운 것인가, 어떤 삶이 행복한 것인가. 이 사회가 요구하는 일하는 방식이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성공시켜야 합니다.”



워커즈 코프 7원칙



고경석기자 kave@hk.co.kr

사진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 원문보기 http://www.hankookilbo.com/v/7524a7a80cd44f6085bb4171299bb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