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creening/관객과의 대화

7/23 [워커즈] 릴레이토크 '워커즈 코프와 일본 사회적 경제 현황' 후기


사회와 노동에 관해 새롭게 생각해보다 <워커즈> 인디토크


영화: <워커즈>

일시: 2014년 7월 23일(수)

참석: 강내영 (지역 퍼실리테이터)

진행: 박주희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723,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워커즈>상영 후 첫 번째 강연이 있었다. <워커즈> 일본의 노동자 협동조합에 관한 영화이다. 영화는 지역 사회 안에서 새로운 노동과 고용방식을 실행하고 있는 노동 협동조합의 여러 사업들을 보여준다. 시장주의와 고용인-피고용인의 패러다임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는 새로우며, 동시에 많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국 협동조합 연구소의 박주희 연구위원이 진행을 맡았고, 일본 노동자협동조합과 한국의 대한 노동자 협동조합의 교류에도 도움을 준 강대형 연구자가 강연을 맡았다. 앞으로 3주간 매주 수요일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며 한 번의 영화티켓으로 모든 강연을 참석할 수 있다고 하니 협동조합과 노동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진행: 오늘 진행을 맡게 된 박주희라고 합니다. 저는 협동조합을 연구하고 컨설팅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초대 손님으로 모신 강대형 선생님은 저희가 처음으로 모신 이유가 있어요. 릴레이 토크 첫 번째 시간에는 사회적 경제 전반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강대형 선생님은 동경 주립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계시고 한국과 일본의 시민 사회 단체 간의 교류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영화를 기획한 일본 노동자 협동조합 연합회와 현재 한국에 생겨나고 있는 대한 노동자 협동조합 연합회를 교류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계시고요. 오늘 이러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강내영(이하 강): , 제 소개는 잘 해주셨으니까 여러분들 궁금하신 이야기들 풀어내는 게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노동자 협동조합 관련하여 한국에서는 대한 노동자 협동조합 연합회가 출범을 했고요. 일본에는 일본 노동자 협동조합 연합회가 이 영화를 기획하여 제작을 하게 된되었습니다.

 

진행: 영화에 보면 워커즈 코프라고 말하는데 한국말로 하면 노동자 협동조합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노동자 협동조합에 대해 소개를 했던 책이라고 하면 <몬드라곤에서 배우자>가 있을 것 같아요. 스페인 제조업 중심의 노동자 협동조합 사례로 많이 알려졌는데요, 일본의 노동자 협동조합은 좀 특이하고 다르다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일본의 노동자 협동조합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오늘 영화에서 소개되었던 개호복지 부분, 우리말로 하면 노인 장기 요양보험이죠. 노인 복지 관련이 일본에서 가장 높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그 다음이 아동 보육 관련. 세 번째가 공공시설 관리 위탁부분입니다. 전통적으로 사실 일본 노협이 처음 진출했던 부분은 청소나 물류, 배송 쪽이었어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지금부터 간단한 역사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일본이 전쟁에 패망 한 뒤 국토 재건 사업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국가 뉴딜정책을 통해 긴급 실업자 대책법으로 실업자 구재를 했던 상황들이 있었죠. 70년대 들어서는 이런 곳에 비용을 계속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워서 창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었어요. 실업자들이 스스로 사업단을 만들어서 지자체나 정부와 교섭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단 협의회로 출발해서 노동자 협동조합 성격을 띄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일본 노동자 협동조합 연합회의 첫 출발점으로 보고 있고요. 80년 모스크바 ICA 총회 레이드로 박사님이 협동조합의 약점들을 제시하는데 그게 바로 고용되는 협동조합의 약점을 얘기하면서 협동조합의 본질이 뭐냐?”하는 문제제기를 했었어요. 이것을 일본 노동 협동조합이 빨리 캐치하면서 노동방식에 대해 상당히 많이 고민하던 시기가 80년대였죠.

90년대 넘어서서는 협동조합 간 협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반엔 이들이 가지고 있던 자본이나 기술력이 없었기 때문에 초창기에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건 공공서비스 영역이었죠. 그 당시에는 생협이 병원청소를 노협에 위탁한다거나 생협은 물류를 노협에 주는 식으로 협동조합 간 협동을 실천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90년대가 넘어갈 때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생협들도 타격을 받았고 물류배송을 회수하기 시작합니다. 노협 입장에선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이것을 타개하는 방식으로 2000년에 개호보험이 실시가 되면서 일본 노협은 재빠르게 개호보험 쪽으로 갈아탔어요.

그리고 일본노협 같은 경우 개호라는 것이 지역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관계망 안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다른 개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그런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서 이 사람들이 일본 노동자 협동조합협동노동의 협동조합이라는 말로 환치해서 부르기 시작합니다.

공동출자해서 공동으로 경영하고 공동으로 성과를 가져가는 것. 이것이 노동 협동조합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고, 사실은 같은 협동조합이라 하더라도 생협이나 다른 협동조합과는 약간 구별되는 것이 바로 고용관계라는 지점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분들이 계속 하는 말이 내가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은 관계에서 일을 한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죠. 생협은 생협 이사회에 고용된 관계에서 일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일본 노동자 협동조합은 자신들의 협동이라는 것을 세 가지로 표현합니다.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협동, 이용자와의 협동, 지역과의 협동 이렇게요.

 



진행:협동노동이라는 개념이 계속 진화되어 왔구나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또 궁금했던 점이 영화 자체에서는 지역과의 협동이 계속 나오잖아요. 일하는 사람들 간의 협동은 자세하게 나오진 않은 것 같아요. 일본 노협에서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려요.

 

: 일하는 사람들 간의 협동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협동조합간의 협동을 표방 했어요. 의료 생협과 비슷한 관계를 지속하고 여러 실험들을 계속 하면서 그것이 일본노협에 있어선 중요한 경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는 이유는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한 점이 크잖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고용되기 위해서죠. 일본사회도 마찬가지에요. 그런 사람들이 어느 날 노동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고 해서 쉽게 탈피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일본 노동협동조합의 35년 역사라고 하면 내가 고용되지 않은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과 인식을 넘어선 나의 노동과의 싸움이었다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쉽지 않은 지점인 것 같아요. 말은 고용되지 않은 노동이라고 얘기하는데 한국도 노동법, 고용법을 보면 거의 고용노동을 전제해서 얘기하고 있어요. ‘노동의 방식이 고용노동만이 아니다, 다른 방식도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노동 협동조합의 협동노동이라는 것이고요. 이것 때문에 일본 노동자 협동조합이 협동노동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이유에요. 우리가 제도화하려는 이유와, 일본에서 제도화하려는 이유가 그런 부분에서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관객: 노동은 누군가가 제공을 했을 때 대가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 사항인데 지금 영화내용에서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품앗이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어떤 발전이 있거나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확대되기에는 대단한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내용에서도 국가에서도 해줘야 될 일인데 그러지 못하는 곳의 틈새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고 또한 주로 땀을 흘리는 노동에 한정되어 있어 보이는데 이것을 확장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어 보여서 질문 드립니다.

 

: 이것이 사실은 우리가 노동이라는 것에 정의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에 대한 계속적인 간극이죠. 그것에 관한 논의와 실험이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일본 노협이 공적서비스, 보호된 시장 안에서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여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으로만 성장하고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죠. 이것을 통해서 성장한 지점도 있으나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한 실험도 하고 있고요. 이것을 하는 이유는 노동을 제공할 때 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노동이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노동이 제공 되어야 하죠.

최근 이타미 노동협동조합같은 경우는 일본 노동협동조합의 한 지부인데요. ‘이타미라는 곳이 전통적으로 접 부치기가 지역의 기술로써 있던 곳이죠. 그런데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접 부치기가 필요 없어졌고 결국 사장됐어요. 이것을 노협이 자신들이 공원을 관리하는 데에 접목을 시키면서 발전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시켜 가면서 지역의 문화를 창출하는 데에도 연결이 됐어요. 자신들의 일자리나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로 제공 되어지는 지점들도 있어요. 학교청소를 하면서 학교급식에도 관여하는데, 그냥 일반 학교급식업체나 청소업체와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학교 급식을 하면서 도시락의 날을 만드는 것이죠.

두 번째 사례가, 최근 일본 노협이 실험하는 사례입니다. 공공의 서비스 영역차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를 어떻게 자족하는 구조로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서 서비스, 제조업이 혼합된 형태로 되는 것이죠.

나리타 공항 근처 지역으로 처음 시작은 아구링 지역 복지사무소였는데, 이곳에서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훈련시켜서 사회에 복귀시키는 사업을 위탁받았어요. 그러다가 이 친구들이 사회로 진출을 하는데,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만약 일반 다른 업체였으면 나 몰라라 했을 수도 있는데, 일본 노협은 그 친구들에게도 노동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주기 위해 함께 만든 것이 바로 바이오디젤연료에요. 나리타공항 근처다 보니까 아무래도 식당이 많고 폐식용유가 많이 나오죠. 그 폐식용유를 수거하고 정제해서 다시 호텔에게 제공을 하면 그 호텔들은 공항과 호텔을 오가는 버스를 운행하는데 바이오디젤 연료를 사용합니다. 이 버스를 운행하면서 호텔들은 우리 호텔은 환경을 생각하는 바이오디젤연료를 쓴다고 얘기할 수 있는 이점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일반 디젤연료보다 값도 저렴하다 보니 호텔이 마다할 이유는 없죠. 지역의 농기구 사용에도 이 연료를 씁니다. 그러면서 각각의 점들이 연결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 방식으로 지역 전체를 포섭하게끔 노협이 운영을 하고 있어요. 버려진 땅에 유채를 심어 유채기름을 짜고, 그것을 또 호텔에 납품 하죠. 동시에 벌을 키우면 꿀을 따서 또 납품하게 되고, 그러면서 호텔입장에선 점점 로컬푸드가 완성이 되죠. 또 유채 찌꺼기를 돼지 농장에 주면 유채포크라는 브랜드 돼지가 되는 것이고요. 브랜드 돼지를 또 호텔에 납품하죠. 이런 관계망들을 계속 넓혀가면서 지자체와 연결되고, 지역 전체가 하나의 자립할 수 있는 구조들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실험들이 진행 중 입니다.

이렇게 고민하게 된 이유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로 일본 노협이 심각하게 고민을 받아들이면서 푸드, 에너지, 케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지역사회를 재편하는 움직임 속에서 이 실험들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진행: 시장에서 버려지고 돌보지 않은 영역에서만 노협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재구성하는 주류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요. 국가실패와 시장실패의 영역만이 아니라 시장논리를 바꾸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죠.

저도 질문이 또 하나 있는데 협동조합에 최근 많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가 2년 전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 되면서 인데, 제가 <워커즈>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은 일본에는 노협의 법적기반이 우리나라처럼 없으며, 우리나라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생기기전처럼 개별법 구조라던데 일본의 노협이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제도적 현황이 어떠한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사실 일본에서는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널리 통용되지는 않아요. 제가 한국의 사회적 경제라는 관점에서 일본을 정리해 본거고요. 일본의 사회적 경제라고 하는 것이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지역 사회 문제 혹은 지금의 시장주의 문제와 같은 것들 속에서 양산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으로써 사회적 경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기본법이 없고 개별법으로만 존재하고 있어요. 우리도 기본법 이전에는 농협, 생협, 축협, 이런 개별법들만 존재했었죠. 그 하에서만 협동조합들이 존재했는데, 일본의 사회적 경제 영역에 포함될 수 있는 것들을 정리 해보면 개별협동조합, MPO 비 영리단체 영역 등 일본사회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정리할 때 영역 별로 다르게 해석해요.

학자들은 사회적 경제보다는 연대 경제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고 있고 ICA에서도 사회적 경제연대 경제를 합친 개념으로 사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개별법 영역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노동협동조합과 워커즈 콜렉티브라는 조직들이 있습니다.

 

 

진행: 작년에 일본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을 봤었는데,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똑같이 번역되는 워커즈 코프워커즈 콜렉티브이렇게 두 가지가 있더라고요. 하는 사업은 비슷한데 한국말로 번역하면 똑같잖아요. 차이가 궁금합니다.

 

: 일본에서 이것을 분리해서 명칭 하는 이유가 아까 우리가 영화를 봤던 워커즈 코프고요. 이것과 구별되게 워커즈 콜렉티브가 있는데, 사실은 추구하는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기 보다는 태생이 조금 다릅니다. 일본 노동 협동조합은 실업자 운동에서 시작됐다면, 워커즈 콜렉티브는 일본의 생활클럽 생협이라는 생협 조합원들이 중심이 되어서 자신들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 협동조합 방식으로 만든 것이죠. 일본의 생협 조직이 두 세 집 중 한 집이 조합원일 정도로 굉장히 크거든요.

초창기 구별될 수 있는 지점들은 워커즈 코프 같은 경우 자신들의 일자리창출이라는 부분에서 지자체나 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왔었고 그에 비해 워커즈 콜렉티브는 철저하게 자신의 문제 지역의 문제에 천착해서 일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워커즈 콜렉티브는 주로 여성들이며. 워커즈 코프는 남성지도부가 많아요.

 






관객: 오늘 이런 제도를 처음 들어서 생소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모든 제도나 조합의 활동에는 순기능이 있다면 역기능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조합의 활동이 이어지면서 있었던 역기능이나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사실 일본 노협은 철저히 제도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성장해 왔어요. 그래서 사실 한국의 노협이나 자활이 더 주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본 노협이 협동조합 기본법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는 협동노동이라는 노동방식을 인정받고자 하는 거예요. 노동을 압박해서 상품가치를 높이려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의 고리를 깰 수 있는 것이 바로 협동노동 이라는 새로움 패러다임이고, 이것에 대한 실험을 노동 협동조합이 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철저하게 노동 협동조합은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한 채 성장을 해왔고요.

일본은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 보니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법인격을 쓰고 있는 거예요. 기업조합법인 내지는 그때그때 필요한 법인격을 쓰는데 사실 그것이 자신의 색깔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까 끊임없이 조합원들끼리 자기검열, 자기비판이 없으면 그 법인격으로 휩쓸려갈 가능성이 있는거죠. 그래서 문을 닫는 사업소들도 꽤 많습니다.

 

관객: 방금 질문에 답해주신 것 듣고 더 의문이 생겨서 질문 드리는데요. 지금 제가 이 질문 듣고 알고 싶었던 건 협동조합 자체의 문제점인데, 외부적 요소에 의한 문제점만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내부적 문제를 알고 싶어서 다시 질문 드립니다.

 

: 말 그대로 사실은 협동조합 이라고 했을 때 협동조합이라는 형식보다 협동이라는 내용이 더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협동이라는 곳아 참 쉽지 않죠. 주식회사의 장점이 한명의 결정자가 신속하게 결정, 처리하는 것의 효율성 인데, 이런 점에서 협동조합은 쉽지가 않죠. 중요한 것은 초창기에 왜 우리가 협동을 하는가.’ 내지는 협동조합을 하는 사람들 간의 협동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원칙, 내지는우리가 왜 이런 걸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합의입니다. 기본적인 것들을 충실히 하지 않으면 결국엔 가다가 그런 문제들을 계속 봉착하게 되고 갈라지면서 협동조합이 그래서 안돼!” 이렇게 얘기되는 케이스들이 많은 것 같아요. 조금은 지난한 과정이고 재미없을 수 있으나 그 과정들을 충실히 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부분들이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본 노협 같은 경우에는 ICA 7대원칙과 다르게 일본 노협의 7대원칙이 따로 있어요. 자신들이 적절한 원칙을 조합원들의 합으로 만들고 그 원칙은 계속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과정들이 협동조합 내에서 보장되고 있냐는 거에요. 이런 것들이 잘 뒷받침되지 않으면 협동조합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행: 오래전 선배들이 일본사회는 우리나라 보다 시민사회 여러 가지 이슈들이 한 십년쯤 먼저 진행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최근에 드는 느낌은 지금 일본의 사회경제운동의 십년 후 모습이 우리의 모습도 아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본의 노동자 협동조합의 사례를 영화로 봤는데, 이 영화가 지금 한국에 갖는 시사점이 무엇일까요?

 

: 사실 저는 이 영화가 노동 협동조합이 일하는 방식으로만 이해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단순히 협동조합만이 아닌 다른 사회적 경제 분야, 심지어 중소기업으로도 지역과 밀착된 여러 가지 생존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많이 있죠. 그런데 그것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누구를 중심으로 두고 사고하느냐?’하는 것이 일본 노협에서 일하는 방식이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이 사람들이 처음 지역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계기가 개호보험, 노인복지를 통해 들어왔잖아요. 노인복지를 하면서 다른 면으로 접촉 면이 생기는 거예요. 그 노인 분들, 그리고 노인을 케어 하는 주부들과 만나면서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필요를 듣게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단순히 내 일을 만들기 위해 지역 사회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자리가 지역 사회의 과제와 연결이 돼요. 대표적으로 노협이 스스로 어떤 출자금을 통해 사업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장애아 들이 마음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지도록 엄마들을 자극하여 시설을 만들 수 있는 펀딩을 진행하거나 출자를 하는 서비스를 노협이 하는 것이죠. 이런 식의 지역사회 과제가 자신의 일자리로 연결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협 만의 방식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참고해야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긴 시간동안 좋은 얘기 감사드리고요. 저희 릴레이 토크는 매주 수요일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인디즈] 사회와 노동에 관해 새롭게 생각해보다 <워커즈> 인디토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