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늙어갈 것인가.
'마을'에 접속하자!
일시: 2014년 8월 6일(수) 20시
참석: 유창복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센터장)
진행: 박주희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전문가와 함께 하는 <워커즈> 릴레이토크 3탄, '마을과 <워커즈>'가 8월 6일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되었다. 이야기 손님으로는 커뮤니티 내에서는 '짱가'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유창복 센터장님이 함께 해주셨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이야기꾼'이신 만큼,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또 듣는 사람도 밤이 늦는 줄도 몰랐던 즐거웠던 시간! 깊은 공감과 또 유익한 정보, 그리고 재미가 함께 했던 시간들 중 일부를 소개한다.
진행 : 우선 마을 공동체 사업을 진행하시는 입장에서 이 영화를 어떤 시각으로 보셨는지 궁금하다.
유창복 : 우리 동네에도 <춤추는 숲>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와 비교해 이 영화는 어떨까 궁금했는데 <춤추는 숲>보다는 조금 지루하더라.(웃음) 변사 같은 코미디언 덕에 살아난 느낌도 있고, 그 캐릭터는 참 인상적이었다. 내용적으로는 동네 어르신들을 챙기는 모습이 와 닿았다. 제가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곧 있으면 노인이 된다. 제가 우리 부모에게 하는 걸 보니 내 새끼에게는 기댈 게 없다는 건 자명하고(웃음), 보험설계사를 하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8억이 있으면 걱정없이 먹고 산다는데 나에겐 택도 없는 소리고, 갑갑하더라. 또 주변에 보면 어르신이 병에 걸리면 집안이 우울해지고 결국엔 사단이 난다. 그래도 여유가 있으면 시설로 보내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물론 보낼 때도 맘이 안좋고 나중에도 맘이 안좋다. 죄책감이 엄청난 거다. 그래도 아무도 모시자 소리는 못한다. 심지어는 시설에 모셔놓고 찾아가는 일 조차도 살기 바빠 형제끼리 다툼이 생긴다. 그렇다면 노인의 입장에서도 시설에 살고 싶을까. 저는 아닐 것 같다. 살던 동네에서 살다 돌아가는 게 복이 아닐까. 객사하는 것을 불행으로 꼽기도 하는데. 내가 살던 마을에서 돌봄을 받고 이웃들의 애도 속에 돌아가시게 하는 게 인간으로서 가장 큰 행복이고, 이런 것들이 이어지는 현장이 바로 '마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사례가 무척 공감이 되었다. 핀란든가 스웨덴에는 제도화되어 있다더라. 동네 노인들이 누구라도 언제든 들여다볼 수 있는 곳에서 따로 또 같이 살게 하는. 그래서 함께 요가도 하고, 의료협동조합이 있어서 정기검진을 해주고, 동네 생협에서 장도 보고, 거동이 어려우시면 사무장이 대신 장을 봐주고. 또 읍내 쇼핑도 모여서 같은 차를 타고 나가고. 이렇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게 마을에서 인간답게 사는 모습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진행 : 에피소드 중 싱글여성이 나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유창복 : 물론이다. 거기에도 꽂혔다. 요즘 개인적으로 삼십대 중후반 싱글 여성들에게 무척 관심이 많다. 건축학개론 세대라고도 불리는데, 그 세대들의 특징이 있는 것 같다. 가족의 해체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결혼에 관심도 없고, 또 IMF의 폭탄을 맞은 세대이기도 하다. 어떻게 저떻게 취직해서 고액연봉 받고 서태지를 대통령으로 모셨던 만큼, 문화 자본도 풍부하고.. 세상이 어처구니 없다는 것도 잘 알고, 근데 그게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고. 문제는 삼십대 초반까진 좋았는데 '이제 나는 누구랑 늙어가지?'가 코앞의 과제로 다가온 시점이다. 그렇다고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요즘 제주도에 카페 차리는 게 트렌드인데 나는 이 현상에 아주 관심이 간다. 이런 세대들이 마을에서 좀 놀면 어떨까 하는 기대가 있다. 이미 가족이 재구성되긴 어렵고 새로운 가족을 맞이해야 한다.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은 마을이 가장 높다. 대면 관계가 있고 아이와 어른이 아직은 살아있다. 이 벽만 터지면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므로 여기에 이 여성이 자기 친구들, 결혼하고 애 있는 친구들과 자매연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결혼한 사람들은 싱글여성을 보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낄것이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빈 곳을 메워주며 연대하면 어떨까. 그리고 또 이세대는 20대와 소통이 가능하다. 청년들을 이해하고 안아주면서 소통을 하면, 아이들과 연대하고 엄마들과 연대할 수 있는 가장 핵심 고리가 되는 것 아닐까. 바로 여기서 누구와 늙어갈까를 고민한다면, 제주도보단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영화 속에서 여성 혼자 노모를 모시는 걸 보고, 혼자선 절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친밀한 관계 속에 사실은 안전도 있는 거다. 안전은 대면적 친밀 관계에서 보장된다. CCTV가 보장해주는 게 아니다. 여러 명의 친밀한 시선이 주고받는 공간, 바로 이런 공간을 마을에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건축학재론의 싱글 여성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진행 : 마을에서 많이 놀아보셔서 그런지(웃음) 우리가 못 보는 부분을 많이 봐주신 거 같다. 제가 또 재밌었던 건, 그 여성분의 경우에 부모님을 돌보는 것은 어찌보면 개인적인 일인데, 워커즈 안에서 노동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가사노동이나 돌봄, 개인 혹은 가족의 영역들이 사회화되고 경제적, 비경제적으로 인정받는 게 인상적이었다. 마을 안에서 노동, 일자리에 대한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유창복 : 저희 동네, 성미산 마을에서는 '마을고용'이란 표현을 쓴다. 오늘날 고용은 일자리에서 일거리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말을 한다. 일자리 하면 9 to 6, 주 5일의 노동을 보통 이야기는데 이것도 길어야 2년이다. 이렇게 고용이 대단히 불안정한 시대다. 과거 산업화 시대만해도 노동력 공급 부족이었으므로 맞벌이, 즉 여성의 노동을 사회화하지 않으면 생산 노동을 풍부하게 유지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고 이는 여성의 사회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그 노동이 불안해지면서 아이들을 챙길 방법이 없다. 학원에 맡겨야 한다. 돈이 얼마나 드나. 거기 가서 미술 잘하고 공부 잘하는 거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엄마 없을 때 챙겨주기만 하면 된다. 딴 데로 안새고 (웃음) 결국 이래저래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밖에서 죽어라 벌고, 애들 챙기는데 돈쓰고. 이게 뭔가 거꾸로 되어 있다.. 재생산 노동을 다시 보게 되는 상황이 된 거다. 동네에서 아이를 함께 기르면서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다.
실제로 성미산마을에는 성미산 밥상이라는 식당이 있다. 동네 사람 100여 명이 출자해서 만든 식당이고 5년 정도 되었다. 일하는 사람도 이용자도 모두 마을 사람이다. 요즘은 마을에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데 그들도 이 식당을 이용한다. 그럭저럭 유지가 되고 있다. 되살림 가게라고 리사이클링 샵도 있다. 동네사람이 각자 3시간, 1주일에 한 번만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15명이 3교대로 근무하면서 보수를 받지 않는 자원활동으로 돌아간다. 동네에서 현찰이 제일 많은 데가 여기다. 500원, 1000원씩 현금이 계속 돌고 지역화폐도 사용된다. 소행주라는 공동 주택도 있다. 어차피 서울에 집 사려면 대출하고 해야 하는데, 맘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모여 같이 애들을 키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복도로 되어 있어서, 모든 건물이 한 집처럼 같이 살아간다. 카페도 있다. 200명 가량이 3만원, 5만원씩 출자해서 동네 사랑방처럼 꾸렸다. 모든 소문들이 모이고 모든 소통이 이루어지는 시골의 우물가 같은 장소다. 마을극장도 있어서 성미산 문화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마을 기업들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려주겠다.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이 있었는데, 큰 아이에게 틱 장애가 왔다. 예민한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담임 선생님이 '어머님 바쁘세요? 아이 챙기셔야 합니다.' 하더란다. 가슴이 떨렸다. 직장을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 그래도 애가 먼저지 하고 일을 그만두고 3년을 꼬박 애한테 집중하니 애가 또 금방 파릇파릇해지더라. 그럼 이제 복직? 안된다. 암담하다. 그런 상태가 2년 지속되면 우울증이 온다. 40대 초반 여성의 경우 대개 그렇다. 이제 다 자란 아이들이 품 떠나고, 남편이야 뭐 모르겠고, 일은 안되고, 그 와중에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연봉 3천 2년 계약직이고 당신이 늘 하던 일이다. 할래? 안할래? 또 마침 동네카페에서 월 160만원에 샵매니저 제안이 왔다. 그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렇다. 동네 카페에서 일을 하면 일단 애를 바로 챙길 수 있어서 좋다. 출근시간 늦고, 출근길 지옥철 스트레스도 없고, 3시만 되면 학교 끝나고 애들이 온다. 아이와 친구들까지도 바로 동네에서 챙길 수 있다. 애가 4,5학년되면 못끼고 있다. 엄마 입장에선 애가 어디 있는지 예측가능하면 되는 거다. 직장 스트레스 없고, 그리고 마을에서 존중 받고, 30만원 덜 받는 차액 보다 훨씬 가치 있는 거다. 이렇게 마을기업에 취직하고 우린 이걸 마을 고용이라 한다. 액면 소득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훨씬 양질의 노동을 하고 있는 거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트 타이밍 일도 많이 한다. 나는 10시부터 3시까지만 일할 수 있다. 금요일엔 살사댄스 수업 받으러 가야 하니 금요일은 안된다 하는 등등, 원하는 노동시간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설정하고, 일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게 노동의 유연성이라고 하는 거다. 아무 때나 잘릴 수 있는 게 유연성이 아니다. 요즘 일본엔 '3만엔 비즈니스'라는게 유행이라고 한다. 책도 번역해서 나온 것 같은데, 3만엔, 그러니까 30만원 정도 수준의 작은 일들을 너댓개씩 하는 방식이다. 어쩌면 사람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마을에서 다양한 방식의 노동을 즐기듯 해나가는것. 생시몽이었나, 공상적 사회주의자. 그 사람들이 실험했던 공동체의 노동의 방식도 이런 거다. 근데 이건 직주(직장과 거주지)가 떨어져있으면 불가능하다. 마을 일자리라는 걸 대부분의 청년들은 주류 시장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택하는 거라고 오해하는데 절대로 아니다. 이건 직주가 통합된 형태다. 워커즈가 그 좋은 대안을 보여주는 거다.
진행 : 최근 90년대 이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봐도 다중이해관계 협동조합이 많은 것 같다. 한국도 비슷한 듯 하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떡메치기 대회를 준비하면서 한 청년이 한참을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뭘 저리 길게 말하나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청년이 마을에 들어가서 좌충우돌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도 그런 사례가 있을 것 같다.
유창복 : 성미산에도 청년들, 건축학개론 세대 전후의 청년들이 몇 서식한다. 들어왔다 떨어져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유명하다 그래서 왔는데 맨날 애새끼들 얘기만 하니까 떠나는 경우도 있고(웃음) 남아서 계속 활동하는 분들도 꽤 있다. 센터에서도 '마을로 청년'이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농활 하듯 마을 살이를 하고 약간의 활동비를 8,90만원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마을에서 뭔가 작당을 해보려는 팀들이 없지 않다. 이미 곳곳에 사례가 많다.
도봉동 청춘행성 209라는 곳인데, 20대 후반의 청년이 시작했다. 이 친구는 동네에서 컸다. 어려서부터 마을 축제하면서 자란 친군데 꿈을 찾아 객지로 떠났다가 20대 후반에 다시 마을로 들어와서 동네 선후배들 모아 같이 공간을, 아지트를 만든거다. 거기 모여서 주로 밥을 먹는다. (웃음) 청년들이 밥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 제일 못먹는다. 삼각김밥, 바쁜게 아니라 돈 없어서 먹는 거다. 밥상 공동체란 말을 하는데 밥상에서 대부분의 작당이 이루어지고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래서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꾸미고 있다. 동생들을 챙기고 어르신들을 위해 활동 한다는지.
목2동의 수경원이라는 카페도 있다. 30대 중반 싱글여성인데 공공미술 하는 친구다. 맨날 국가에서 주는 공모 프로젝트만 하다가 영혼이 다 닳았다. 아닌 거 같다 하고 목동으로 스며들어서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카페를 차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열고 피곤하면 닫고 여행을 가고 싶으면 가는 식으로 자기의 공간이자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창문을 만들었다. 6개월이 지나니까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길 건너 도예 공방 언니들을 만나 수다가 터지고, 이듬해 '우리 동네에서 축제를 해보자' 해서 카페 앞 2차선 도로에서 축제를 했는데 대박이 나, 매 년 축제를 하고 있다. 죽 때리는 엄마들을 위해 인문학 강좌도 하게 되고, 이 친구들은 마을에 우연히 접속했지만 지금은 동네 유지 같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생활은 많이 풍족하지 않지만 아직 제주도로 내려갈 생각은 안하고 있다. 왜냐면 교류하고 순환할 수 있는 통로가 있기 때문일 거다.
곳곳에 이런 사례들이 많다. 공간 하나가 지역의 문화 배치를 바꾸는 운동을, 대체로 문화 자본이 많은 젊은 청년들이 주도하여 마을에서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
진행 : 영화의 모녀 이야기가 다시 생각난다. 본인도 몸이 불편한데 워커즈 안에서 노동을 하는 사례. 한국 마을에도 이런 사례를 찾을 수 있나.
유창복 : 아마 다음 번에 '자활과 워커즈'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나올 거 같다. 경제적 생존, 사회적 생존의 한 방식으로 워커즈 쿱이 많이 실현되고 있다. 제 경험으로는 마을의 장애아동들, 성미산은 애초 공동육아로 시작한 마을이고 장애 비장애 아동의 통합교육이 원칙이었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턱대고 시작하면 서로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언제 준비되는데? 하는 논쟁 끝에 우리 사회의 장애인 비율이 얼마나 되나, 그 비율만큼 무조건 통합하자고 뜻을 모아 시작했다. 졸업한 아이들이 생겨서 지금은 25살이다. 성미산 고등학교를 졸업한 5,6명의 아이들이 일할 수 있는 노동과정으로 마을에 더치커피 공방을 만들었다. 제조방식이 장애 정도에 맞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장애인들의 업종을 선정할 때 가장 큰 원칙은 단순히 노동이 아니라 지역사회 속에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디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전자칩을 꽂는 건 안된다. 장애 비장애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사회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가장 자주 모이고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공간 속에 작업장이 있어야 한다. 마을 메인스트릿 2층에 공방을 잡아서 출퇴근할 때마다 주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게 했다. 물론 아직은 힘들다. 주민들이 이 친구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과 어떤 이해는 있다. 오래도록 같이 살아왔으므로, 명시적인 언어를 못해도 몸짓 등을 보고 대충 다 알지만. 더 이상의 대책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계속 고민하는 중이다. 아직은 부모들이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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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 노인 일자리 관련한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은 정부지원으로 이루어지는 2,30만원짜리 사업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노인들이 중심이 되는 더 구체적인 사례는 없나.
유창복 : 아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생이모작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베이비부머들의 인생 후반전을 지원한다. 저희도 고민을 해봤더니 세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다. 생계형, 여가형, 실현형. 생계형은 진짜 한 달 생활비가 절실한 층이다. 복지 차원에서 해결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실현형과 여가형, 일정 정도의 활동욕과 지역사회 속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넉넉친 않지만 생활은 가능한 층에 집중했다. 이들이 힘든 것은 어디서 먹어주는 데가 없는 거다.(웃음) 몸 담고 있던 조직에서 나오는 순간 완전 고립감과 상실감에 빠져버린 거다. 하여 '나를 원하는 곳이 있구나' 하는게 필요한 분들이다. 저는 이 분들이 우선 지역사회에 결합을 하면 공간이 생기고, 일자리가 생가면, 그 다음 취약 계층. 경제적으로 어려은 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왜 노인들이 일을 해야 하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복지 아닌가. 이상하다. 말이 안된다. 그 분들이 살아온 인생의 스토리를 나누고 존중 받을 수 있는 관계에 초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쪽에 소일거리, 동네 아이들과 놀게 하거나 하는 등 지역 사회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관계로 끌어들이는 게 맞을 거다. 임금이라기보단 활동비가 일정정도 지급되는 형태. 아직은 일반적이지 않지만 2,3년 지나면 사례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인생이모작센터는 전국에 이런 걸 만드는게 목표이고 지금은 경로당 프로젝트를 진행중 이다. 너무 '쩜백문화'로 점철된 경로당을 좀 밝게, 마을의 중심으로 나오는 활력을 붙어넣는 일에 주력중이다.
관객 : 협동조합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서울 토박이고 20대 후반이다. 성미산 같은 주택단지에 살았었다. 마을 공동체를 하지 않아도, 거기는 이웃들이 있고 다같이 고기도 구워먹고 옆 집 아줌마가 미술을 가르쳐주고 하는게 자연스러웠다. 아파트로 이사오고 나니 사람 냄새가 확 없어졌다. 마을에 관심이 있는데 주거형태를 보게 되면서 서울의 수많은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에서 마을이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실제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하시면서 주거형태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모습이 있는지, 그 안에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유창복 : 아파트에서 마을 되겠나 하는 의견들이 많다. 가장 개인적인 주거 형태라고는 하지만 사실 20년 전만 해도 아파트에서 애들 같이 키웠다. 장례식도 했다. 그게 없어진 건 복도식이 없어지면서 사라진 것 같다. 복도는 미취학 아동들의 가장 안전한 공간이다. 다 문열어놓고 아이들 같이 길렀다. 근데 복도식이 없어지면서 사라졌고, 주거가 투기 공간이 되면서 오랜 기간 사는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아파트가 관계를 맺는 공간이 아니게 된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동산 시장이 좀 죽으면서 아파트가 '살아야 하는' 공간이라는 의식이 조금씩 자라는 것 같다.
실제로 아파트에서 엄마들이 빈 공간, 혹은 창고 공간들을 독서실로 개조한 사례도 있다. 고3아이들 밤 늦게 온다. 여자아이들 특히 무서우니 엄마가 마중 나간다. 이걸 동네 도서관에서 하게 한거다. 엄마들이 간식도 해주고, 눈 앞에 있으니 서로 좀 편하고, 엄마들끼리도 관계가 만들어졌다. 단지 안 공중전화 부스를 도서관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책을 빌려보는 과정에서 관계가 만들어지고, 옥상에서 상자텃밭 가꿔서 매일 고기구워먹기도 하고. 이렇게 관계가 생기면 슬금슬금 확장된다. 그런 사례들이 종종 보인다.
아파트는 어쩌면 마을살이에 좋은 조건일 수 있다. 왜냐면 사회경제적 조건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평형’대로 금을 긋지 않고 이 경계를 넘나드는 시민성만 갖춘다면 무척 유리한 조건이다. 아파트엔 공유 공간도 꽤 있다. 잡수익도 있다. 장터 여는 거, 찌라시 돌리는 거 다 돈받고 하는거다. 부녀회에서 받는거다. 그게 쏠쏠하다. 즉 마을 기금 조성이 가능하다는 거다. 돈이 커서가 아니라 공유돈이 있으므로 이 돈을 어떻게 쓸까를 고민하며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거다. 마을이 잘 되는 곳은 마을에 돈이 좀 있다는 의미다. 재물이 있어야 관계 유지가 쉽다. 이게 경제다. 마을은 관계지만 지속되려면 경제화 되어야 한다. 사회적 관계를 토대로 한 경제, 사회적 경제다. 이런 것들을 마을 단위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종자돈이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가 마을 관계 복원에 있어서 훨씬 희망적인 토대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대화를 고스란히 옮겨적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긴 시간 함께 해주신 유창복 센터장님, 그리고 관객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손에 손잡고 이어지는 릴레이 토크 프로그램이 어느 새 마지막 한 번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워커즈> 티켓을 지참하시면 이어지는 프로그램에도 무료로 참석하실 수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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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워커즈>는? http://workers-docu.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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